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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삶의 속도 늦추기

2년 넘게 기세를 떨치며 인류를 괴롭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은 필요하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상황에서 약으로 바이러스를 죽일 수는 없다.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일단 코로나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관건이다. 전세계 인류가 면역성을 길러 코로나가 발 붙일 곳이 없어지면 자동으로 소멸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 백신을 접종해 면역성을 키우거나, 코로나에 걸렸을 경우 항체가 우리 몸 속에 형성되면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코로나는 주로 침방울 등을 통해 감염된다. 그래서 코로나 시대에 가장 강조됐던 것은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공간적 제한이 생겨났고 근무 환경이 바뀌면서 이제까지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온 시간들을 뒤돌아 보게 됐다. 코로나 기간 동안 직장이 폐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쉼없이 해왔던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달리기와 같다. 일단 출발하면 종점에 도착할 때까지 멈출 수가 없다. 그렇게 태어나서 결국은 죽는 과정이 인생이다. 어차피 한정된 시간에서 인간은 한 순간도 멈추기 않고 숨차게 살아가고 있다.     영어 격언에 ‘지능은 자멸한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고도의 물질문명을 이룩해 왔다. 하지만 반드시 발전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런 과정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많았지만 부정적인 산물도 나타났다. 이제는 조금 발전의 속도를 낮춰야 한다. 급속한 발전이나 변화는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는 삶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코로나는 인류에게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살라는 교훈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효원·LA독자 마당 속도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 기간 코로나 시대

2022-06-10

[이 아침에] 코로나 시대의 여행 풍경

 딸 덕분에 하와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설레면서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전파력이 최고조에 이른 어수선한 세월에 하늘 위 갇힌 공간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고민이 되었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하다 보면 시간이야 쉽게 가겠지만, 속이 비면 멀미를 심하게 하는 편이라 먹는 건 어떻게 해결하나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았다.     비행기 탑승을 위한 검사대 통과를 시작으로 북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시각각 눈길을 끌었다. 마스크 안 한 사람은 드물지만 거리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별수 없이 의자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는 사람들, 자신의 일행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였다.     이곳저곳 음식 먹는 사람들로 가득 찬 레스토랑, 코로나와 금 긋고 사는 별세상 같았다. 목숨 걸고 먹는다는 말이 생각나 먹는 행위가 비장하게 느껴졌다.     나도 배가 슬며시 고파 와 비상용으로 넣어온 바나나를 꺼냈다. 비행기 안에서 먹는 것을 피하려면 어느 정도 배를 채워야 할 것 같았다. 의자에서 일어나 창밖 비행기를 바라보는 척하며 얼른 한 입 베어 물고 마스크를 내렸다. 평소 별로 즐기지 않는 바나나였지만 요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느긋해졌다.     여유롭게 사람들을 둘러보는데 의자에 앉은 한 젊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마스크 아래를 살짝 들어 입에 음식을 넣고 마스크를 내렸다. 마스크 속에서 우물거리는 입 모양이 느껴졌다. 한 번 더 그 일을 반복했다.     그런데 영 시원찮다는 듯 마스크 반을 홱 걷어 올렸다. 그리고 자유롭게 음식을 입에 넣는데 내 속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푸웃 그만 웃음이 나와 버렸다.     바나나와 멀미약을 먹었으니 비행시간 동안 내 속이 잘 버텨줄 것이다. 적당한 허기가 주는 맑은 정신으로 시를 읽는데 올인해 보는 것도 좋겠지, 자기 최면을 걸며 비행기에 올랐다. 시를 열심히 써야겠다는 새해 작심의 실천으로 챙겨온 시집들을 꺼냈다. 시를 잘 쓴다는 시인들의 시집에는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대만으로도 설렜다.     다른 시선 다른 해석 다른 감각의 시인들, 다시 읽어 보고 싶어 밑줄을 긋고 귀퉁이를 접는 즐거움, 오랜만에 누리는 호사처럼 느껴졌다. 어쩜 이리 깊은 생각을 그려낼 수 있을까 감동하며 읽은 시집도 있지만 아무리 애써도 어느새 눈이 감기는 시집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멋진 표현보다 진실된 표현이, 남의 사연보다는 작가 자신을 열어 보여 주는 시가 울림이 더 컸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 한 편 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깨닫고 보니 눈이 감기는 시집에도 애정이 갔다.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갈망이 새롭게 솟은 것만으로도 시집을 챙겨온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시 읽는 즐거움과는 상관없이 배꼽시계는 수시로 때를 알려왔다. 이렇게 조심스러운 세월에도 비행기 안에서는 마실 것과 간단한 스낵을 제공했고, 무심하자 할수록 음식 먹느라 부시럭대는 소리는 내 귀를 자극했다.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기초적인 인간 욕구에 제동을 건 고약한 코로나, 긴 터널의 끝처럼 하와이의 날씨는 화창했고 풍광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오연희 / 시인이 아침에 코로나 여행 레스토랑 코로나 여행 풍경 코로나 시대

2022-02-14

[이 아침에] 코로나 시대의 여행 풍경

 딸 덕분에 하와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설레면서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전파력이 최고조에 이른 어수선한 세월에 하늘 위 갇힌 공간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고민이 되었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하다 보면 시간이야 쉽게 가겠지만, 속이 비면 멀미를 심하게 하는 편이라 먹는 건 어떻게 해결하나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았다.     비행기 탑승을 위한 검사대 통과를 시작으로 북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시각각 눈길을 끌었다. 마스크 안 한 사람은 드물지만 거리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별수 없이 의자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는 사람들, 자신의 일행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였다.     이곳저곳 음식 먹는 사람들로 가득 찬 레스토랑, 코로나와 금 긋고 사는 별세상 같았다. 목숨 걸고 먹는다는 말이 생각나 먹는 행위가 비장하게 느껴졌다.     나도 배가 슬며시 고파 와 비상용으로 넣어온 바나나를 꺼냈다. 비행기 안에서 먹는 것을 피하려면 어느 정도 배를 채워야 할 것 같았다. 의자에서 일어나 창밖 비행기를 바라보는 척하며 얼른 한 입 베어 물고 마스크를 내렸다. 평소 별로 즐기지 않는 바나나였지만 요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느긋해졌다.     여유롭게 사람들을 둘러보는데 의자에 앉은 한 젊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마스크 아래를 살짝 들어 입에 음식을 넣고 마스크를 내렸다. 마스크 속에서 우물거리는 입 모양이 느껴졌다. 한 번 더 그 일을 반복했다.     그런데 영 시원찮다는 듯 마스크 반을 홱 걷어 올렸다. 그리고 자유롭게 음식을 입에 넣는데 내 속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푸웃 그만 웃음이 나와 버렸다.     바나나와 멀미약을 먹었으니 비행시간 동안 내 속이 잘 버텨줄 것이다. 적당한 허기가 주는 맑은 정신으로 시를 읽는데 올인해 보는 것도 좋겠지, 자기 최면을 걸며 비행기에 올랐다. 시를 열심히 써야겠다는 새해 작심의 실천으로 챙겨온 시집들을 꺼냈다. 시를 잘 쓴다는 시인들의 시집에는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대만으로도 설렜다.     다른 시선 다른 해석 다른 감각의 시인들, 다시 읽어 보고 싶어 밑줄을 긋고 귀퉁이를 접는 즐거움, 오랜만에 누리는 호사처럼 느껴졌다. 어쩜 이리 깊은 생각을 그려낼 수 있을까 감동하며 읽은 시집도 있지만 아무리 애써도 어느새 눈이 감기는 시집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멋진 표현보다 진실된 표현이, 남의 사연보다는 작가 자신을 열어 보여 주는 시가 울림이 더 컸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시 한 편 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깨닫고 보니 눈이 감기는 시집에도 애정이 갔다.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갈망이 새롭게 솟은 것만으로도 시집을 챙겨온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시 읽는 즐거움과는 상관없이 배꼽시계는 수시로 때를 알려왔다. 이렇게 조심스러운 세월에도 비행기 안에서는 마실 것과 간단한 스낵을 제공했고, 무심하자 할수록 음식 먹느라 부시럭대는 소리는 내 귀를 자극했다.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기초적인 인간 욕구에 제동을 건 고약한 코로나, 긴 터널의 끝처럼 하와이의 날씨는 화창했고 풍광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오연희 / 시인이 아침에 코로나 여행 레스토랑 코로나 여행 풍경 코로나 시대

20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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